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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만능주의’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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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만능주의’를 경계한다

윤창식(논설위원, 독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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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왜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까? 순자의 성악설에 의하면 인간의 본성은 태어날 때부터 악하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면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끼치게 되므로 교육을 통해서 악한 마음을 순화시켜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심리학자 G. 프로이트는 인간의 심리는 대부분 무의식에 지배되어 자신의 원초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범죄의 유혹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이 아니더라도 범죄를 소재로 한 수많은 소설과 영화들은 인간의 범죄적 속성을 적나라하게 환기시킨다. 하지만 인간의 범죄를 모두 법으로 다스릴 수 없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법의 온도는 과연 몇 도쯤 될까? 차가울까 따뜻할까? 아니면 그 중간쯤일까? 동·서양에 걸쳐 훌륭한 법언(法諺)들이 많이 존재하고 치열한 법리적 논의가 진행되지만 아무리 뛰어난 법학자라도 법의 온도에 대한 답을 딱부러지게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는 그만큼 법의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증거가 아닐까.

 복잡다단한 사회현상을 일거에 재단할 수 있는 법이란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법과 징벌의 관계를 두부모 자르듯 한 치 오차도 없이 정량적으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동일한 범죄라도 범죄가 발생한 정황이나 범죄인의 정상(情狀)에 따라 그 형량은 천차만별하므로 법의 문제는 결코 간단치가 않다. 바로 이런 점에서 기존의 법률을 개폐하거나 새롭게 법을 제정하는 일도 최대한 세밀하고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졸속으로 처리된 법률의 피해는 결국 고스라니 사회구성원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우려를 넘어 이른바 ‘법의 과잉’은 더욱 큰 문제다. 법치주의라는 미명 아래 모든 일을 법에 의존하려는 태도는 법의 존재 이유와도 부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법은 근원적으로 선도가 목적이지 징벌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대한한국의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일반에서도 고소 고발이 남발되고 만연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그럴수록 법 만능 현상만 더욱 심화될 뿐 법의 선도적 기능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의 여러 주법(州法)을 살펴보면 일반의 상식을 뒤엎는 법률이 실제로 상당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예를 들면, 음정이 맞지 않은 노래를 부르면 위법이다(노스 캐럴라이나주)/문상객은 세 개 이상의 샌드위치를 먹을 수 없다(미시건주)/미혼 여성이 혼자 낚시질을 해서는 안 된다(몬타나주)/선인장을 자르면 25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애리조나주) 등등. 믿기 어렵지만 이 법률들은 모두 사실이다. 물론 이런 법률이 제정된 배경을 무시하고 실소를 터뜨리는 것은 법제정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듯싶지만 웃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법치국가라고 미국을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솔직히 미국은 범죄 다발 국가로 명성이 높고 법이 없으면 하루도 지탱할 수 없는 나라가 아닌가 말이다. 과연 세상의 모든 현상을 법으로 재단하고 규제할 수 있을까?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독일의 법철학자 엘리네크(Jellinek)의 유명한 법언도 있듯이 법을 만능으로 여기는 것은 법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오만이다.

 한편으로 법의 과잉도 문제지만 중국의 경우 반사회부패법 등이 징벌보다는 일부 권력다툼의 도구로 쓰이는 것 또한 법의 본질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나아가서 창의적이고 고유한 지적재산권을 함부로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법률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지포라이터 뚜껑을 열 때 발생하는 ‘딸깍’하는 소리나 도무지 주인이 따로 없을 것 같은 새의 울음소리, 심지어는 일부 특정 음식의 냄새까지도 상표법으로 규제하고 있다니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싶다.

 위조지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경제를 왜곡시킬 수 있는 범죄이므로 강력한 처벌이 요구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20세기 초 미국의 “1달러짜리 위폐범” 이야기는 법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오갈 데 없는 노인은 빵을 구하기 위하여 어릴 적의 그림그리기 실력으로 1달러짜리를 위조했다고 한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가게 주인은 그것이 위폐인 줄 뻔히 알면서도 노인에게 빵과 우유를 주었고 그 노인은 결국은 당국에 기소되었으나 생계형 범죄로 인정되어 벌금 1달러를 선고받았다고 한다. 매우 가슴 따뜻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초의 성문법으로 알려진 함무라비법전 이전에 티베트고원 북쪽에 존재한 우르국에는 재미있는 법이 하나 있었다. 즉, “하인이 주인과 동급 행세를 하면 하인의 입을 소금으로 문지른다.”는 징벌이 그것이다. 이 법은 가혹하기는커녕 매우 유머러스하고 따뜻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하인의 엄청난 불경죄에도 불구하고 그 귀한 소금으로(영어 ‘salary’는 ‘salt’를 어원으로 하고 있다) 하인의 입을 문질러준다니 역설적이게도 얼마나 고마운 은혜인가! 소금으로 입안의 소독도 되고 지독한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는 법학을 충분히 철학의 범주에서 다를 수 있다는 하나의 작은 예가 될 수도 있겠다.

 자칫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의 법률(law)을 보다 따뜻한 법으로 거듭나게 함으로써 법이 사회구성원의 건전한 자유를 억압하지 않고 더욱 고양시켜 국민들 스스로 겸허하게 자기를 낮추는(low) 이상사회를 꿈꿀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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